형법의 기능과 그 해석 방법에 관련하여 생각해야 될 많은 부분

형법의 기능과 그 해석 방법에 관련하여 생각해야 될 많은 부분

‘문화지체’로 인해 사회와 개인이 경험해야 하는 적응의 긴장은, 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대오에서

대체로 가장 뒤에 위치하게 되는 형법의 영역에서도 피할 수 없다.

“정보사회와 이에 수반될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형법의 임무와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하며,
전통적인 형법의 임무와 기능에 대한 변화된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는 관점은,

문서에 관한 죄를 의율하는 영역에서 더욱 부각되어 왔다.

형법 개정 후 10년이 지나 공전자기록의 위작 개념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졌고,

그때로부터 다시 15년 만에 사전자기록에 관한 판단을 앞두고 있는 현실은,

형법의 기능과 그 해석 방법에 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공전자기록에 관한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비추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록의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고 권한을 벗어난 행위임을 논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공전자기록에 관한 판례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고, 앞서 본 전자기록의 특수성과 보호법익,

사적자치의 제한 가능성 등에 비추어 이 사안에서는 사문서의 일반적인 무형위조에서와 같은

보호 가치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무형위조가 포함되는가의 문제에서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더욱 어려운 문제는, 이 사안과 달리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가

스스로 자신의 의사대로 허위의 전자기록을 작성한 경우까지 현행 형법의 해석상 가벌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자기록의 특수성에 따른 보호필요성을 고려하여 사전자기록에 대해서도 그 보호법익에 내용의

진실성이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이 경우도 위작에 해당하고,

여기에 타인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견해를 취하면 이러한 경우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전자기록에 대하여 권한을 벗어나거나 이를 남용한 행위를 위작에 해당한다고 보았던

대법원의 판례도 모든 무형위조의 가벌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벌성을 인정한 것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 사건 하급심 판결들 역시 위작의 개념에 허위 작성이 포함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구체적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권한의 범위에 관한 해석을 통해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권한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사문서의 무형위조를 인정하지 않는 형법의 취지에 비추어,

형법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자기록 무형위조 전반에 대해

해석을 통해 가벌성을 확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전자기록의 특수성과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위작의 개념에

무형위조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전자기록의 허위 작성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안과 달리 작성 권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허위 작성행위까지

처벌 범위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명백히 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처벌 필요성이 인정되고 보호 범주 등의 해석 범위 내에 포섭이 가능한 경우는

권한의 범위에 대한 해석 등을 통해 처벌의 공백을 막을 수 있으므로,

이를 넘어선 영역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의사를 명확히 밝혀 불명확성과 불확정성을

신속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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